국내

광릉숲길을 따라 광릉까지(광릉 역사문화관과 재실)

테리우스의 일기장 2022. 9. 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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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기성을 부렸던 지난 주말.

떠나가는 여름의 옷자락을 붙잡고서 서울 근교 남양주, 정확히는 광릉과 봉선사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지난 수십 년간 4호선 상행선의 종점 역할을 했던 당고개가 올해 그 역할을 진접에게 내어 준 이래, 서울과 남양주 서북쪽의 왕래가 용이해졌다.

오남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봉선사에서 하차했다.

우선은 광릉을 다녀오기 위해 봉선사 주차장 옆의 광릉숲길로 진입했다.

광릉숲길은 봉선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광릉 수목원, 즉 국립 수목원 너머까지 이어지는 긴 산책로이자 둘레길인데, 2010년 유네스코 생물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천혜의 산림이다.

차도 옆으로 난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 코스이다.

나무데크 깔려있는 길이 좁아서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정도의 폭 밖에 안된다.

바로 옆으로는 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산림이 우거져서 그런지 차의 소음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문득 미국 워싱턴 주의 레이니어 국립공원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사뭇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에는 이쁘게 담기지 않았으나 각종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하늘소는 하늘소인데 아마도 알락하늘소... 인 듯하다.

알락하늘소는 외래종으로 나무를 갉아먹는 세계 100대 해충 중 하나다.

광릉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토종 장수하늘소의 서식지로 유명한데, 이러한 외래종이 판을 치는 모습을 보니 토종 생물들과 생태계가 위협받을까 걱정이 앞선다...

숲길 옆으로는 꽤나 멀리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봉선사 천이 보인다.

수령이 약 180년이나 됐다는 참나무의 일종.

이끼 차분히 내려앉은 높다란 고목이 만들어낸 숲길의 풍경이 보다 신비로운 그림을 그려냈다...

광릉숲에 얽힌 이야기.

조선 세조의 무덤인 광릉 일대의 숲, 현재 국립 수목원의 연혁에 관한 설명이다.

광릉숲길을 따라 봉선사 초입에서 광릉까지는 도보로 약 7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본격적으로 조선 제7대 임금 세조와 그의 부인 정희왕후 윤 씨가 잠든 광릉으로 향해본다.

광릉의 입장료 및 이용시간.

성인 기준 1인 1,000원이다.

입장권을 제시하고 내부로 들어오면 바로 초입에는 광릉 역사문화관이 위치해 있다.

역사문화관 내부는 아주 협소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조선왕릉은 조선의 왕과 왕비, 고종부터 시작된 대한제국의 황제와 황후 73명의 무덤을 통틀어 일컫는 표현이다.

지정된 능은 총 42기인데, 이중 현재 북한에 위치한 2기를 제외한 40기가 조선왕릉이라는 이름 하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참고로 북한 개성에 위치한 2기의 무덤은 제릉과 후릉이다.

제릉은 태조의 정비인 신의왕후의 무덤으로, 신의왕후는 태조와 더불어 조선왕조의 건국시조이며 정종(이방과)과 태종(이방원)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후릉은 정종과 그의 부인인 정안왕후의 무덤이다.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의 묘는 조선왕릉 유산에서 제외됐다...

광릉 공간 구성도와

조성 이야기가 적혀 있다.

전반적으로 조선왕릉을 구성하는 구성도이다.

그리 넓지 않은 역사문화관을 스윽 둘러본 뒤 나왔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가면 광릉으로 향하게 되며, 우측에 보이는 건물은 광릉 재실이다.

우선은 광릉 재실을 둘러보았다.

재실은 왕릉을 지키고 관리하는 조선시대의 관직인 능참봉이 상주하며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대문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재실이 보인다.

예스러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인적이 없어서 그런지 좋게 말하면 고즈넉하고 어떻게 보면 외딴곳에 떨어진 외로운 곳이다.

참봉직이 높은 벼슬은 아니기에 뇌물 혹은 지연을 통해서도 그 직에 오를 수 있었는데, 맡은 바 능의 피장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비교적 업무의 강도가 높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수도 한양을 벗어나 이런 산림 속에 동떨어져 생활해야 한다면 좀 무섭지 않았을까 싶다.

이 근방에 뱀을 비롯한 각종 야생동물들이 많이 출몰한다는데...

재실 옆의 전사청 모습.

재물을 보관하던 곳이다.

재실을 나와 들국화 펼쳐진 길을 지나면

비로소 광릉으로 오르는 나무 숲길이 나온다.

하마비.

대인과 소인, 신분의 고하를 불문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비석으로, 궁궐과 종묘의 정문 입구, 성균관을 비롯하여 큰 향교나 서원 앞에 세워져 있다.

보기 드물게도 사찰 중에서는 삼보 사찰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국사를 배출해 낸 순천의 송광사에도 이러한 하마비가 있다.

말에서 내려 걸어가는 것을 통해 왕이나 고관, 또는 성현에 대한 예를 갖추고자 한 것인데, 품계에 따라 말에서 내리는 지점도 달랐다. 품계가 낮을수록 미리부터 내려야 했다.

이러한 하마비는 문화유산을 방문하다 보면 비교적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광릉의 하마비는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것이란다.

광릉으로 오르는 길 한편에는 따로 숲길이 나 있는데, 개방 기간이 한시적이다.

5월부터 6월, 10월부터 11월 사이에만 개방한다니 어떤 길일지 궁금증이 생겼다.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쓰러진 고목들...

수령이 100년은 된 전나무와 잣나무인데, 이 나무들이 자연의 순환과정을 따라 완전히 썩어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관찰 중이란다.

하마비에서부터 약 100미터가량 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이윽고 광릉 홍살문, 그리고 그 너머로 제향을 지내는 건물인 정자각의 모습이 보인다.

이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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