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라고 하면 내게는 떠오르는 추억이 두개가 있다.
하나는 18살 고등학생 시절의 기억.
당시에 내가 빠져 살았던 온라인 게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넥슨의 마비노기였다..
유저들 간의 채팅이나 길드 시스템과 같은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 돼있던 게임이었다.
나 역시 여러 유저들과 친분을 쌓았고, 몸 담았던 길드가 있었다.
그 길드에선 내가 독보적인 막내였고 형 누나들에게 엄청난 이쁨을 받았었는데.....
종종 정모도 하고 친한 사람들끼리도 자주 만나곤 했다.
그 어린 시절에 고교 친구들이나 동네 친구들이 아닌,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과 자주 함께해서였을까?
이후로 난 연장자들과 자리 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다.
어쨋든
하루는 나 포함 4인 던전을 도는데, 나머지 셋은 같은 길드원은 아니었지만 게임 내에서 종종 마주치던 인사(싸)들이었다..ㅋㅋ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던 늦봄의 토요일.
휴일날 음산한 던전에 박혀서 뺑뺑이를 돌려니 좀이 쑤셨던 걸까.. 템도 안나오고..
지방에서 상경했던 한 누님이 서울 구경을 하고싶단다..
그러자 한 삼촌이 서울 구경이라면 남산이죠~~라며 운을 띄운다..
어머 그래요? 하다가
그 삼촌이 우리 이거 돌고 다같이 남산 콜? 하길래
어어.. 네네..
저도 껴도 되는 자릴까요.. 엄청 어린데요..
나와요 나와~
그렇게 즉석 번개가 성사됐다.
당시만해도 엄마가 인터넷으로 알게된 사람들 만나거나 하지 말라고 늘 권고했었다.. 어떤 사람들일지 모른다고..ㅋㅋㅋ
그래서 날짜 정해서 공지 올라오는 길드 정모를 처음 나가던 날에도 어린 마음에 엄청 쫄렸었다.
엄마 몰래 ㅎㅎ..
그런데 길드원도 아닌, 단지 던전 몇 번 같이 돈 사람들과 이렇게 즉석 만남을??!!
내겐 꽤나 일탈 행동이었다..ㅜ
어쨋든 그렇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의 첫 번째 남산 방문이 이루어졌었다.


그렇게 난생 처음 보는 두명의 삼촌 그리고 누님 한 명과 함께 2008년 5월의 남산엘 놀러갔다.
던전 다 돌고 약 1시간만에 다들 텨 나온 자리었다..
지금이라면 약아져서 그럴까
즉석 만남을 갖자하면 괜스레 또 다른 음모(?)가 있을런지 떠올릴텐데,
순수한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어서 그랬나?
게임 내에서 그랬듯 엄청 화기애애하고 순수한 분위기가 내내 유지됐었다.
아무래도 다들 첫 만남이었으니,
남산을 둘러보는 것보다는 서로 수다 떠는게 주였다.
그래서 그 날의 풍경이 하나 하나 세세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뚜렷이 기억나는 것 하나.
바로 위 사진의 자물쇠들을 보던 그들의 외로워 보이던 표정.. 울 것 같아보였다..
나야 뭐 공부하고 게임하는 순수한 고딩이니까 외로운거 이런걸 모르던 때였다..ㅋㅋ
팔각정과 남산 봉수대를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12년 전 함께 했던 그 분들은 지금 어찌 지내실런지?
그들도 남산하면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를까? ㅎㅎ
그 날 이후론 오프에서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렇게 기억 저 편의 한 조각이 됐지만, 늘 애틋한 생각이 든다.
어린 나를 데리고 그 좋았던 날에 종일 데려다니며 놀아주었으니..ㅎㅎ
내 생에 첫 남산 구경도 시켜주고...
어쨋든 이 날, 나 홀로 급히 짐싸 나와 남산을 온 첫 번째 이유는 이거였다.
소중한 내 추억, 그 때 그 사람들과의 좋았던 시간을 다시금 떠올려보고 싶어서. ㅎㅎ
그리고 남산에 온 나의 두번째 이유..
이 역시 참 옛날 이야기다.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여 몇 번이고 다시 본 드라마.
바로 2005년도에 방영했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2화를 보면 날 좋은 오전에(아마 4~5월 경일것이다) 김선아와 현빈이 남산 둘레길을 걷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이제는 삼순이 계단으로 유명해진 그 계단을 오른다.


세계 방방곡곡 돌아다니던 나였는데,
서울 중심의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곳엘 이제야 왔다..
내가 생각했던 그 평화로운 풍경 그대로였다.
남산.
내게는 참 애틋한 향수를 간직한 곳..
앞으로도 늘 그랬듯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라~~
언젠간 좋은 날에 누군가와도 함께 와보고 싶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