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중인 특별전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애드 시런까지' 2편을 쓴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의 모습을 마주하다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고있는 전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를 관람하고왔다. 참고로 '문화가 있는 날' 사이트에서 각 시군
qlqlzhxh.tistory.com
첫번째, 두번째 파트의 주제인 명성, 권력에 이어서
세번째 파트의 주제는 '사랑과 상실'이다.
앞서 사회적인 면, 명예라던지 권위에 포커싱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장은 초상화 속 인물들의 사랑 그리고 이별에 관한 내용을 담고있다.
벽면을 1장에선 보라색, 2장에선 검은색으로 구성한데에 반해
3장은 푸른색으로 배치돼있는데,
마치 슬픔 그리고 우울한 감정이 느껴지는 이 색의 조화는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가 마냥 밝고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3장의 시작은 이제는 고인이 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초상화가 우릴 반긴다.
그녀의 사후 추모의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생전 그녀의 특징을 단순화 시켜 그렸다.
2장에서 찰스 1세와 크롬웰의 모습을 한 자리에 담아 스토리를 풀어 냈듯이
이번 장에서도 연인이었던 둘을 함께 배치했다.
세기의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던 그들,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폴레옹의 함대와 전쟁을 치른 후 전사한 넬슨과
연인을 먼저 떠나보낸 에마의 모습에서
슬픈 사랑의 결말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찰스 1세의 누나인 그녀는 프리드리히와 결혼하며 1659년 보헤미아의 여왕이 된다.
그러나 왕위에 오른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합스부르크가의 황제 페르디난트 2세에 의해
추방당하게 되고, 남편의 사후 그녀는 헤이그에서 여생을 보낸다..
보석으로 치장한 공주의 화려한 옷차림이 돋보인다.
머리에는 루비와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꽂고, 다이아몬드 사슬 장식이
가슴을 가로지르도록 배치함으로써 그녀가 부유하고 아름다운 신부 후보로서
자격을 갖추었음을 강조하고있다.
캐플 남작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여의고도 무사히 성장해 성공한 이들이 된다.
이 작품은 그가 서퍽 배작작의 딸인 캐서린과 비밀리에 결혼한
1638년 무렵 그려진 것이다.
양치기 복장을 한 채 느긋하게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바위에 기대있는 모습에서
평온함이 느껴지지만,
사실 그는 영국 내전 당시 이십대 초반의 나이로 전사하고만다.
바위에는 그들의 비밀 결혼을 암시하듯
"사랑은 내 존재보다 강하다" 라는 의미의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있다..
이어서 '혁신'이라는 주제의 네번째 파트로 넘어간다.
이 장에서는 캔버스에서 나무 패널, 홀로그램 초상화까지
초상화 자체의 그 변천과 혁신적인 모습을 담고있다.
이 초상화는 유화물감을 정교하게 사용해서 그린 것으로
영국 초상화가 보여준 표현력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작품이다.
그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섬세한 표현이
당시 미술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며, 이로 말미암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 중의 하나로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표현도 그렇지만, 위풍당당한 모습의 인물이 너무도 잘생겼다.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영국 군 초상화의 상징으로 평가받고있다고 한다.
이는 당대를 대표하는 조각가인 로댕이 헨리와의 우정의 상징으로
제작한 것이다.
진흙으로 원형을 만든 뒤 청동으로 주물을 했기 때문에
진흙의 자유로운 표현이 작품의 결에 그대로 드러난다.
언뜻 보기에도 표현이 어째 낯익은 이 초상화는
예상대로 앤디 워홀의 작품이다.
초상화에 표현된 대담함과 단조로운 색조는 80년대의 피상적 매력을 드러낸다.
LCD화면을 캔버스로 삼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끝없이 색채를 변주하는 이 작품은
서서히 그러나 계속 변한다.
늘 변화하고 정형화된 틀을 깨는 이 작품을 보며
'혁신'이라는 주제에 따른 스토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이윽고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장이다.
다섯번째 파트의 주제는 '정체성과 자화상'으로,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 그 자체의 모습(여기엔 성정체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있다.)을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소설가인 그녀는 남성적 외양을 갖춘 모습을 하고있는데,
당시 동성애가 불법이던 시절에 공개적으로 동성 연인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 '고독의 우물'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져 여성끼리의 사랑을 묘사하였다.
영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자매로
애그니스 그레이,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라는 뛰어난 문학 작품들을 창조해낸 그녀들의 모습이다.
자매가 나란히 당대 최고의 평을 받는,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필독 문학이 된 소설을 만들어내었다는 그 특별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성이자 전문직업인으로서 자신이 이루어낸 성취가
결코 작은것이 아님을 당당히 보여주는 자태의 작품이다.
앞서 둘러본 작품들중 찾아볼 수 있는 그의 이름.
반 다이크는 유려하고 세련된 그림을 그린 당대 최고의 미술가였다.
이 작품의 액자는 화려한 해바라긔 무늬가 새겨진 것으로
반 다이크 자신이 디자인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한다.
이 작품은 관람객, 작가인 호크니, 그리고 이 작품의 모델인 호크니의 친구이자
뉴욕 출신의 큐레이터 찰스 데어 샤이프스 삼자간의 시선 구성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윽고 오늘의 마지막 작품 앞에 선다.
이 그림은 자화상임에도 누구의 얼굴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작품이다.
이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지도 같은 모습인데,
그 안팎에서 작가가 겪은 각종 사건과 경험, 감정을 이야기하듯이 담아냈다.
너무도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마지막 파트까지 둘러보고는 이내 여운이 남아 다시금 전시장을 스윽 훑었다.
지난 세월 역사 속 인물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 내면에 담겨진 인생 스토리를 알고, 느껴보는 진귀한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볼거리 가득한 예술 작품을, - 심지어 오랜 과거의 반 다이크부터
오늘날의 앤디 워홀, 호크니와 같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기쁨과 설렘도 전시를 관람하는데 큰 즐거움이었다.
구태여 깊게 생각하고 어렵게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그런 전시였기에
아직 이 전시를 관람하지 않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관람하였던 내용을 sns에 업로드 한 뒤 보여주면
엽서6장 묶음을 사은품으로 준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떠나기에 앞서
내가 이곳에 들르면 꼭 보고가는 것이 있다.
바로 북한산 비봉에 위치해있던 진흥왕 순수비다.
지난 번 들렀을 때와는 비치된 위치가 바뀌었다.
내가 이 비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아주 막연하게 역사책에서 보고 공부했던 것을 내 눈 앞에서 바로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68년 경에 만들어진 이 비석을 보고있으면
지난 천년이 넘는 세월과 하나가 되는,
그리고 더불어 내가 이 자리에 살아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추사 김정희에의해 확인됐음을 나타내고있다..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 자욱했던 무등산에서 느낀 신비로움 - 무등산 옛길 2구간 < 원효사~서석대~입석대> (0) | 2021.07.04 |
---|---|
서민적이며 현실적인 김홍도의 풍속도첩 관람 - 국립중앙박물관 (0) | 2021.07.02 |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의 모습을 마주하다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애드 시런까지(1) (0) | 2021.07.01 |
인자한 미소의 거대 불상이 반겨주는 파주 심학산 약천사 (0) | 2021.06.30 |
조선시대 수려함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 창덕궁 그리고 비원 (0) | 202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