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에서 기도와 차분한 감상을 마친 뒤 조사당으로 향했다.
무량수전에서 조사당으로 오르는 동쪽 길 언저리에는 보물 제249호 부석사 삼층석탑이 있다.
이 삼층석탑은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 다른 곳에서 옮겨온 것인지 그 판단이 정확히 서지가 않기에 논란이 있는 문화재다.
조사당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이렇듯 다듬어지지 않은 돌계단을 따라가야 한다.
무량수전 앞과 달리 이 길을 오르는 방문객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조금 쓸쓸함이 든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가면 보물 제220호인 석조비로자나불과 보물 제1636호인 석조석가여래상을 모신 자인당과, 석가모니불과 나한을 모신 응진전으로 향하게 된다.
우측으로 오르면 조사당이다.
국보 제19호 부석사 조사당.
이곳의 창건주인 의상대사의 상을 안치한 전각이다.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목조 건축물로, 무량수전과 마찬가지로 고려시대의 건물이다.
따라서 그 시대의 양식 그대로 공포는 주심포 양식을 취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겪었기에 단청도 거의 벗겨져 있고, 비록 그 규모는 아주 아담하지만 그윽한 분위기를 풍긴다.
조사당 한 켠에는 유리 덧대인 쇠창살이 쳐져 있는데 그 안에는 선비화가 싹트는 소담한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선비화를 보고서 퇴계 이황 선생이 지은 시 한 수가 적혀 있다.
조사당의 내부에는 의상대사 상,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의 초상이 걸려 있다.
의상대사가 자신의 지팡이를 꽂았던 것이 선비화라는 꽃나무로 자라났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는 사찰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근래 다녀온 국내 5대 적멸보궁 중 한 군데인 정선의 정암사에서 창건주인 자장율사의 지팡이가 이제는 크고 단아한 자태의 나무로 자라난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안타까운 것은 조사당 자체가 문화재적으로 상당히 가치가 있는 건축물인데, 미적 가치를 상당히 훼손시키는 쇠창살 유리를 덧대 놓았다는 사실이다...
부석사 삼성각이다.
근래에 지어진 전각이라 예스러운 감성은 없으나, 그래도 색색의 단청과 문을 장식하고 있는 연꽃의 색감이 이쁘다.
인상적인 것은 삼성각 내부에 반가사유상이 모셔져 있다는 것이다.
관음전 앞마당에서 바라본 탁 트인 풍경을 보니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근심마저도 잠시나마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부석사.
고구려의 먼지와 백제의 바람, 소와 말이 접근하지 못하며 전쟁과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천해의 터.
이곳을 향한 나의 애정과 극찬은 이미 앞선 글들에서 입이 닳도록 하였기에, 말을 아끼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부석사에 앞서 다녀왔던 불국사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이 고성방가하며 난리 부르스를 떠는 바람에 기도조차 제대로 하지를 못하였는데, 이곳에선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정취를 느낄 수 있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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