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고대하던 2박 3일간의 경주 여행의 첫날.
여행에 앞서 2주 전에 숙소 및 버스 예약을 해두었었는데,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예약 당시에도 이미 대부분의 숙소가 예약이 가득했고, 가격도 비쌌다. 뿐만 아니라 버스도 좌석이 몇 남아있지 않았던 상황이었기에 미리미리 준비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고터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오른 것도 잠시,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나를 감쌌다.
아랫배에 슬며시 다가온 그 불안한 요동은 삽시간에 나의 이맛 자락을 식은땀으로 고이게 만들었다.
단순 신호면 어떻게 해서든 참아보겠으나, 느낌이 예삿일이 아니었다.
여행 갈 생각에 들떠서 잠이 안온 나머지 간밤에 야식으로 먹었던 왕뚜껑 사발면 해물맛의 붉은 국물이 뇌리를 스쳤다.
최대한 행복한 생각을 해야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창밖을 바라보았으나 눈에 들어온 것은 잠실 롯데 타워... 여즉 서울을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과연 나는 휴게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에어컨의 차디찬 바람이 속을 더 짜릿하게 만드는 것 같아 에어컨마저도 꺼버리고, 발 뒤꿈치로 엉덩이 골 사이를 틀어막으며 침착을 유지한 결과, 반쯤 수면 상태에 들 수 있었다.
달리고 달린 끝에 도착한 상주 휴게소는 서울에서 떠난 지 2시간 20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고, 나는 아랫배와 엉덩이를 움켜 쥔 채로 화장실로 향할 수 있었다...
휴게소... 왜 이렇게 먼 거야...!
한 바탕 해소를 하고 나니 그 이후의 상황은 아주 행복 그 자체였다.
경주 버스 터미널에 내리자 한옥 스타일의 스타벅스와 버거킹이 눈앞에 보였다.
가히 옛 신라의 천년 도읍지였던 서라벌의 위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터미널 근처의 숙소(타임 모텔ㅋㅋㅋ)에 짐을 풀고 길거리로 나왔다.
미리 말하자면 타임 모텔은 아주 괜찮았다.
여사장님도 무척이나 친절했고, 본디 체크인은 오후 4시였나? 그랬으나 그냥 올라가서 짐 풀라며 얼리 체크인을 해줬다...
미리 예약했기에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었는데 시설이나 청결도도 괜찮았다.
방 내부의 벽에 Hello sexy gay라고 쓰인 문구가 있었다는 것이 조금 재밌긴 했지만...
(guy라고 쓸 것을 오타 낸 건지, 남자 둘이 왔기에 그런 문구가 쓰인 방을 준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난 보통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잘 따르지는 않는다.
일단 볼 것 보고 나중에 천천히 먹는 타입이지만, 이번 여행은 베스트 프랜드와 함께 하는 것이었기에 그의 스타일도 맞춰야 했다. 그는 당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 픽 쓰러진다...
황리단길을 두리번거리다가 첫 끼니는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기로 했다.
피자옥이라는 식당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기로 했는데, 마침 피자옥 앞에 오랜 비석이 세워져 있기에 눈에 담았다.
하나 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고, 안내석도 없어서 당최 무엇인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피자옥 전경.
황리단길 대부분의 카페 및 식당은 한옥 스타일이었다.
정원에 무심한 듯 자라난 작은 솔나무와 가옥이 주는 예스러움에 모던함이 더해져서 이색적이었다.
2인 세트를 주문할까 하다가 나와 친구는 탄산음료를 안 마시기 때문에 그냥 단품으로 2개를 시켰다.
새우가 6개 정도 들어갔던 로제 크림 파스타와
트러플&페퍼로니 반반 피자.
파스타와 피자 둘 다 그냥저냥 무난한 맛이었다.
맛은 있는데 요즘 어디 가나 흔히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맛이랄까...
사람들이 엄청 줄 서있던 황리단길 메인 로드의 경주십원빵.
옥수수 전분이 포함된 손바닥 만한 크기의 빵인데 안에는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 있으며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이 새겨진 10원짜리 동전의 표면을 본떠서 만들었다.
길가에 서서 먹어야 하는데 날도 덥고 치즈가 은근히 뜨거워서 이래저래 먹기가 불편했다.
엄청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지만 기념 삼아 먹어볼 만하다.
정신없이 돌아다녔던 경주에서의 이박 삼 일간 여정을 이제부터 본격 포스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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