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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야기/2011인도(India)

처음 마주했던 인도에서의 하루 - 델리의 시크교 사원 구르드와라방글라사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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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상의 시작은 2010년 12월 31일로 돌아간다.

이 날은 생애 처음으로 국제선을 이용했던 날이다.
그것도 인근 국가가 아닌 저 멀리 남아시아의 인도로 향하던 날.

돌이켜보면 12월 한 달 내내 들떠있었다.

처음 떠나는 여정을 고대하며
설렘을 간직한채 갖은 준비를 한다고 칠렐레 팔렐레 뛰어다녔기에
그 해의 연말은 춥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참 아쉽게도 날라가버린 사진이 많아서
사진을 보며 회상할거리가 드문드문 남아있지만,
그래도 모처럼 꺼내본 지난 날 사진을 보니 반갑다..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해 인천에서 상하이를 거쳐 델리로 향하던 길.

목적지는 인도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내 생에 처음 밟은 해외 땅은 중국이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문화권의 중국, 상하이 공항의 첫 인상은
인천 국제공항에서 느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엔 마냥 다 신기하고 재밌어서 이곳저곳 기웃기웃했었다.

무엇보다도 상하이 공항의 천장이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우와~하며 연신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난다.

그땐 몰랐다. 내가 이 곳을 밥먹듯 들락거리게 될 줄은....

델리로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나?? 싶을정도로
콩나무 시루마냥 사람 가득했던
기내에서의 장시간 비행은 꽤 괴로웠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방귀를 뀌었는데,
그 사람 딴에는 에티켓을 지키기 위해
꽤나 참다참다 뀌는거였는지 배 속에서 아주 오래 숙성돼서
나온듯한 묵직한 소리와 냄새를 자랑하였다..

부처님의 나라로 향하는 길에서 인내를 배우는 첫 순간이었다..

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한 뒤,
방귀쟁이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스멀스멀 올라오던 그 무거운 향기는 아직도 코에서 맴도는 듯 하다..

어쨋든 장시간의 비행 동안 코가 단련된 덕일까?

델리에 발을 딛자마자 코가 마비될만큼 탁하고 안좋았던 공기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내가 묵었던 방이다.

왜이렇게 구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내는데에는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어쨋든 델리 북쪽의 델리 대학교 인근인
까믈라 나가르(kamla nagar)의 말까 간즈(malka ganj) 부근으로 델리대까지도 가깝고,
대학가 부근이라 나름대로 있을만한 것들(KFC라던지 도미노피자, 나이키, 카페 등..)이
있는 지리적으로 아주 괜찮은 곳이었다.

모처럼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대충 이쯤인 것 같다.

Malka Ganj Terminal · 인도 110007 델리 말카 간즈 C-1 블럭

버스 정류장

www.google.co.kr


어린시절의 내가 모국을 떠나
인도라는 나라를 적응하는데는 사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시당초 이 나라의 문화 역사 등에 대해 잘 알고 간 것도있지만,
그냥 덤덤했던 것 같다..ㅋㅋ

사실 인도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는데,
적어도 내 주변엔 없었기에 불편했거나 이 곳에서 지내면서 겪은 애로 사항에 대한
이야기는 할 게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새벽 3시에 돌아다녀도(이건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객기였긴하다..)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참고로 나는 키가 170도 안되는 루저에 왜소한 체격이다..

포장이 안 된 길거리에 소가 돌아다니고 소똥 개똥 비둘기똥이 즐비한데다가
아무데나 누워서 자는 부랑자들,
처음보는 인종(?)에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는 눈길 등이
조금 불편했다면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

그치만 내가 다소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하루종일 밖에서 보내고 저녁에 귀가해 코를 파보면
아주 시꺼먼색의 먼지 코딱지가 한 가득 나온다는거다.

릭샤를 타고 달리며 바람을 얼굴 직빵으로 맞으면
코에서 나오는 검은 물질의 양이 두배로 늘어난다..


델리 시내를 휘젓고 돌아다니다가 해질녘 들른 곳은
시크교 사원인 구르드와라 방글라 사힙(Gurudwara Bangla Sahib)
이다.

이 곳은 델리 중심부의 코넛플레이스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아주 편리한 사원이다.

주변에 대통령궁, 락슈미 사원(락슈미 사원은 정작 찾으려하면 은근히 드물다),
잔타르 만타르, 인디아 게이트 등 볼거리가 아주 많다..


여느 시크교 사원과 마찬가지로 이 곳 역시
사원 내에 몸과 마음을 정갈히 씻겨주는 연못이 존재한다..

사실 시크교 사원을 얘기하자면,
펀잡에 위치한 시크교 성지인 황금 사원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수많은 볼리우드 영화의 촬영지였기도하고,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 연인간 평생을 언약하는 로맨틱한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벽면 대부분이 황금을 입힌 그곳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쨋든 이곳도 황금을 입힌 돔이 인상적이다.


종교적인 곳인만큼 남녀 할 것 없이 머리를 두건으로 가린다.

애초에 시크교도 자체가 남자는 머리에 터번을 두르지만,
사원을 방문하는 이들 역시 이곳의 법에 맞게 자신을 낮추는 의미로 이 법도를 따른다.

더불어 다리를 들어내지 아니하여야하고,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사실,, 사원내에 발냄새가 만성으로 베여있다.........
뭐 인도 어디건, 타지마할도 마찬가지..


인도 내에서 시크교도는 아주 일반적으론 중산층, 혹은 무지막지한 재력을 갖춘 이들이 많다고한다.

물론 인도인 전체 비율로 따지면 시크교도가 차지하는 수가 많지는 않지만,
어쨋든 종교 자체도 금전적인 파워가 대단한 모양이다.

흔히 인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공양을 베푸는 곳이 바로 시크교 사원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탈리를 내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기거리를 베푸는 곳이니, 사원을 찾는 이들의 뱃속에 조그마한 선물을 덤으로 주는 곳이랄까..


사원을 둘러보고 있는 내게 와서는 자신들 사진을 찍어달라는 청년들이다.

말하자면 입아프지만 당시 인도인들은 사진 찍히는걸 굉장히 좋아하더라..

근래엔 스마트폰 보급이 워낙 원활하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찍지만, 당시엔 이런 일이 흔했다.

사진 찍고 나서 그걸 이메일로 보내주거나 그런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본인들이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진에 담기는것 자체를 즐기는듯 하였다..

어쨋든 사진 속 청년들과 몇마디 나눴던 기억을 돌이켜보자면,
저들은 꽤나 착했던 것 같다..
말도 조곤조곤 격식 갖춰서 대화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짧은 대화였으나 이런 소소한 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이 이후로도 인도에서 살면서 인도인들과 엎치락 뒤치락 수천번을 한 결과,
적어도 자기네 홈그라운드에서 만큼은
자기가 그 누구보다도 잘 났고 또 마치 영화속 샤룩 칸 빙의가 된 마냥 히어로병 걸린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특히나 정통 브라만 출신 청년들 중에 그런 애들이 많다.......

그 특유의 거들먹거림과 무엇보다도,, 자기가 잘생긴줄 아는(진짜 못생겼다ㅜㅜ) 왕자병에 걸린 애들은 매가 약이긴하다.

구루바라 뱅글라 사히브 · Baba Kharak Singh Rd, Hanuman Road Area, Connaught Place, New Delhi, Delhi 110001 인도

★★★★★ · 시크 사원

www.google.co.kr


자주 지나다니던 길목의 노점과,


길거리의 풍경이다.

물론 10년도 더 지난 날의 모습이고
이제는 델리도 많이 상황이 나아져서 저렇게 싸구려 같은 모습은 아니다..

보기에 참 난잡한 곳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내겐 너무 정감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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