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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본 백제 문화의 걸작 금동대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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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여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두가지가있다.

하나는 국보 제 9호인 정림사지 5층 석탑이고,
또 하나는 바로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제 287호 금동대향로이다.

평소 여행을 할 때에 역사적인 유적 답사나 유물 관람에 주 포커스를 맞추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위의 두가지 전부 학창시절부터 교과서 혹은 책에서나 접했던
우리의, 백제의 위대한 유산이기에,
그 궁금증이 무척이나 컸었다.

국립부여박물관의 전경


애타게 고대하던 국립부여박물관 앞에 섰다.

사실 이곳을 찾은 이유 중 90%는 금동대향로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언젠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백제 특별전이라는 주제로,
익산 미륵사지 박물관 및 부여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모은 전시를
관람했던 적이있다.

다만, 당시 금동대향로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오지 않았다.

짐 가방을 들고있었기에 관람에 불편함이 느껴졌었는데,
입구로 들어서면 보이는 안내 데스크의 측면에 사물함이 마련돼있었다.

사물함 이용 요금은 따로 없고, 100원짜리 동전을 이용해
잠그는 방식이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때마침 영상을 통해
백제 유물을 소개하는 시간이 진행 중이었다.

일정 시간대 마다 진행되는데,
내가 애초에 기대를 안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정림사지 박물관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영상을 활용한 전시가 자주 보였고, 꽤 돋보였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역시나
금동대향로가 주인공인 그런 영상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전시물들을 몇가지 담아보았다.

사이즈가 작지만 섬세함이 돋보였던 장신구들.


연꽃무늬 수막새.

중국 남조인 양나라와 교류하였던 무령왕대 이후로
백제의 연꽃무늬 수막새는 특유의 독특한 기법이 발전했다고 한다.

공주의 무령왕릉이나 송산리 고분군 뿐만 아니라,
사비 백제시대에도 다양한 수막새를 찾아볼 수 있다.

모양새가 뚜렷하고 크게 훼손되지 않았기에
더욱 인상적이었고, 이뻤다.

먹음직스러운 국화빵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택지적비 설명


그 유명한 사택지적비.

진흥왕 순수비, 단양 신라 적성비, 중원 고구려비(장수왕 남진 순수비) 등과 함께
한국사 시험 중 비석 관련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이기도하다.

보물 제 1845호 사택지적비


진흥왕비나 장수왕비는 전쟁의 승리 혹은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비문이 새겨진데에 반해,
사택지적비는 그렇지 않다.

의자왕대 귀족이었던 사택이라는 성씨의 대귀족이 세월의 덧없음,
늙음에 대한 탄식을 새겨놓은 것이다.

참고로 그는 백제의 관직인 좌평(16관등 중에서 제 1품)중에서도 대좌평이라고 불리었다는데(일본서기 중.),
최고의 권세가가 인생의 허무라는 것을 느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그가 불교의 교리에 영향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이 한몫을 하지만 말이다.


이윽고 그토록 보고싶었던 금동대향로를 눈에 담았다.

제 2전시실의 가장 안쪽에 마련된 어두운 전시실을 홀로 지키고있다.

향로는 향을 피워 액운을 막는 도구이다.

이는 부여 능산리 사찰터에서 발굴됐는데, 봉황 한 마리가 향로 꼭대기에 앉아 있는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있다.

뚜껑은 부드러운 능선이 겹겹이 쌓인 산의 모양이고,
그 산의 사이사이에 구멍을 내어 향의 연기가 피어오르도록 만들었다.

국보 제 287호 백제금동대향로


유교 불교 도교의 조화가 이루어져,
종교와 사상적 복합성을 보이는
백제 문화 예술의 정수, 최고의 걸작이다.

지금의 기술로도 이것을 완벽하게 재연할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한다.

이 향로 안에서 무척이나 다양한
예술적인 멋, 섬세한 공예 기술, 당대의 시대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1. 향로의 받침은 용이 향로의 몸체를 입으로 물어 올린 모습이며,
2. 몸체는 연꽃잎으로 장식돼 있고,
3. 몸체 위 뚜껑은 산이 겹겹이 쌓인 모양을 한데다가,
4. 뚜껑 위에는 날개를 활짝 편 봉황 한 마리가 턱 밑에 여의주를 끼고 앉아있다.

이는 가장 크게 나눈 설명이고 세세히 들어가보면 더욱 놀랍다.

1. 몸체의 연꽃잎은 8개씩 총 3단으로 층을 이루고 있는데, 생동감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연꽃잎에는 날개달린 네발짐승, 긴꼬리 동물, 무예하는 사람, 신수등 총 25마리의 동물이 살고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2. 뚜껑의 산에도 다양한 신비한 동물과 인물을 찾을 수 있다.
74개의 산봉우리 사이, 계곡과 계곡 사이를 오가는 신선이 17명 그리고 동물이 42마리나있다.

3, 뚜껑 위의 봉황은 문헌과 유물에 등장하는 봉황 중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한다.
당당히 서있는 자세, 가슴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이 무척 정교하다.
봉황의 바로 아래쪽에는
악기를 든 다섯 악사가 새겨져있는데,
그들은 각각 완함, 종적, 북, 거문고, 배소를 들고있다.

4. 향로 뚜껑의 산에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동물들도 새겨져있다.
바로 코끼리, 원숭이, 악어이다.
이를 통해 당대 백제가 인도 및 동남아와 교류를 했음을 짐작할수 있다.

5. 그밖에도 긴부리새(코끼리 코에 새의 몸을 가진 상상의 동물),
포수(봉황의 꼬리 아래쪽에 위치해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동물),
외수(물고기 얼굴에 새의 발을 하고 사람처럼 두발로 걸으며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동물),
인면수신(사람의 얼굴에 짐승의 몸을 하고있는 상상의 동물),
인면조신(사람의 얼굴에 새의 몸을 하고있는 동물),
등의 신비로운 동물들이 살고있다.


사방에서 둘러보느라 한참을 서있었다.

몇십분이 금새 지나갈 만큼
사람을 홀리는 황홀한 자태였다.

이 향로 안에 담긴 스토리와 비밀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만큼 대단한 걸작 그 자체다.

아직까지도 이것이 눈 앞에 아른거릴정도이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인다.

그만큼 무척이나 매력적이며
금동대향로 하나를 보기 위해 국립부여박물관을, 아니, 부여를
찾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서산 마애 삼존불상의 복제품


향로를 보고난 뒤로 기가 쪽 빨려버렸다.

제 3전시관에서는 백제의 불교문화라는 테마로 전시를 하고있었는데,
백제의 미소라는 이름이 붙은 서산 마애 삼존불상의 복제품이 전시돼있다.

보물 제 330호 금동보살입상

국보 제 293호 금동관음보살입상


이 역시 국보로 지정된 금동관음보살입상이다.

머리에 부처가 새겨진 관을 쓴 관음보살님 상인데,
오른손을 어깨 높이 위로 올려 작은 보주를 잡고 있는 자세가 돋보인다.

백제의 불상들 특징이 다소 그렇듯이,
입가에는 보일 듯 말 듯 한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띠고있다.

국보 제 327호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왕흥사지 터에서 발견된 사리기.

색감이 무척 인상적이고 고풍스럽다.

이는 사리함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제작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데,
577년(위덕왕 24년)으로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가장 오래된 사리기이다.

보물 제 194호 부여석조


전시실을 전부 둘러보고 로비로 나오자, 앞서 영상 관람때에는 어두워서 보지 못했던
부여석조가 로비의 한 복판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있다.

이 커다란 원형의 돌 내부를 파내, 물을 저장하던 용도로 쓰이던 것이라고 한다.


범화를 보는 것을 끝으로 국립부여박물관을 나섰다.


금동대향로에 흠뻑 빠져버린 바람에 얼이 나가고 당이 떨어져버린 나머지,
부여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 에펠제과에서 급히 당충전을했다...

그리고
1박 2일간의 부여 여행은 이를 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부여는 초행이었지만,
하루사이에 너무도 익숙하고 정겨운 곳이 돼버렸다.

사람들도 친절했고, 아담한 동네 자체도 눈에 밟힌다.

무엇보다도 역사적인 유물, 유적이 다양하고
그것들을 볼 가치가 충분하기에,
언제고 부여에 또다시 들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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