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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국내 최고(最古)의 동종을 찾아서, 5대 적멸보궁 오대산 상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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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폭우가 멎었던 날 강원도로의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코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이 있는 상원사를 시작으로 월정사를 들렀다가 속초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비는 그쳤으나 바닥 곳곳이 물기로 가득했다.

한우로 유명한 횡성이다 보니 조형물도 이렇게 귀여웠다...

상원사는 월정사에서 자가용으로 약 25~30분은 더 올라가야 한다. (약 9km)

거리 자체는 그리 멀지 않은데, 그 길 자체가 비포장으로 돼있어서 속력을 내기가 어렵기에 시간이 비교적 소요되는 것이다.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로 향하는 비포장 도로의 옆에는 계곡이 있다.

지난 폭우로 인해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을 뿐 아니라, 길에도 물이 듬성듬성 고여있었다.

계곡물 내려오는 속도와 양이 엄청나서 조금 무섭기도했지만,
창문을 내리니 청명하게 불어오는 계곡의 바람이 들어와 마치 가을의 정취가 느껴졌다.

상원사 주차장의 모습이다.

경내로 향하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부터 도보로 약 5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길의 초입에는 관대 걸이가 있다.

상원사는 조선 세조와의 인연이 깊은 사찰인데,
이 관대걸이 역시 세조의 일화를 담고 있다.

피부병 치료를 목적으로 상원사를 들른 세조가 이 관대걸이에 의관을 걸어두고는 계곡에서 목욕을 하던 중, 어디선가 동자승이 나타났고 세조는 그 동자승으로 하여금 자신의 등을 밀게 했다.

그러고는 세조가 말하기를 "어디 가서 임금의 옥체를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그에 동자승이 "임금님께서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라는 답을 했다.

화들짝 놀란 세조가 뒤를 돌아보자, 등을 밀어주던 동자승은 홀연히 사라진 뒤였다.

이후 피부병이 완치된 세조는 문수보살을 기리기 위해 나무에 그를 조각하게 하였는데, 그리하여 만들어진 목조문수동자좌상은 오늘날 국보 제221호로 기록됐고, 상원사의 대웅전격인 문수전에 안치돼있다.

 

오대산 상원사의 입구 표지석이다.

무척이나 거대한 바위에 적멸보궁 문수성지라고 멋스럽게 새겨진 글귀가 눈에 돋보였다.

 

먼길을 온 김에 상원사를 지나 오대산 비로봉까지 오르고자 했었는데, 폭우로 인해 탐방로가 통제된 시점이었다.

비 개인 고즈넉한 숲길을 걸으니 선선한 산들바람이 온몸을 상쾌하게 훑고 지나 갔다.

상원사에 얽힌 세조와의 전설이 소개돼 있다.

세조는 재위 기간이 약 13년 정도로, 왕위에 있던 시간이 그다지 긴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와 관련된 일화가 많고, 각종 불교 문화재를 만들어낸 업적이 있다.

특히 조선 초기 정도전의 불씨잡변을 시작으로 숭유억불 정책이 시행되면서 불교에 대한 탄압이 거셌는데, 세조는 불교문화를 장려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이곳을 빛내고 있는 목조문수동자좌상도 그렇지만, 공주 마곡사에서의 생육신 김시습과의 인연이라든지, 종로 탑골공원(원각사지)에 위치한 국보 제2호 원각사지십층석탑 등이 대표적이다.

 

크게 가파르지 않은 돌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상원사 청풍루를 마주하게 된다.

편액에 쓰인 상원사라는 글씨체가 상당히 자유로우면서도 강단이 있어 보인다.

이는 탄허 스님의 글씨체란다.

지난달 김제 여행 당시 미즈노 씨의 트리하우스 뒤편에서 탄허 스님의 출생지를 들렀던 기억이 새로이 떠올랐다.

상원사에는 따로 사천왕문은 없다.

청풍루의 천장에는 문수보살 36화현도가 그려져 있는데,
거울을 통해 천장의 탱화를 살펴볼 수 있다.

거울에 비친 문수보살 36화현도.

거울을 통해 마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 것이 무척 기발하고 신비스러웠다.

 

 

청풍루를 지나면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는 문수전과 상원사 오층 석탑.

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는 통도사, 정암사, 봉정암, 법흥사와 더불어 신라 대국통인 자장율사의 5대 적멸보궁 중 한 군데이다.

적멸보궁은 불상을 안치하지 아니하고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적멸이 행복을 누리도록 기원하는 사찰이다.

문수전에 들르기 전에 우선 상원사 동종을 먼저 눈에 담았다.

동종은 유리 안에 보관을 해 놓았고, 옆에는 따로 현재 사용하는 범종을 설치해 두었다.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의 모습이다.

국내에서, 특히 현존하는 신라시대의 11개 범종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신라 성덕왕 24년, 725년에 주조.)

이는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보다도 45년이나 앞선 것이다.

원래 이 동종의 위치는 상원사가 아닌, 안동도호부의 관아 문루에 있었던 것인데, 조선 예종이 선왕인 세조를 기리기 위해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종 몸체에는 구름 위에 무릎을 꿇고서 하늘을 날며 공후와 생을 연주하는 주악비천상이 새겨져 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생동감이 넘치고 경쾌하다.

 

종의 상부에 굳센 발톱을 가진 용이 고리를 지탱하고 있는 용뉴가 있다.

상원사 동종의 옆쪽에는 동종에 새겨진 비천상을 따로 돌에 모사해 새겨놓은 것이 있다.

 

 

범종각과 동종 그리고 푸르른 산경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화려하면서도 고고한 자태의 봉황의 모습.

 

경내 봉황보당이다.

 

보당은 사찰의 영역을 나타내거나 의례용 깃대를 거는 성보물이다.

 

국내에 당간지주는 무수히 남아있지만, 완전한 보당의 형태는 그 수를 찾기가 드물다고 한다.

 

봉황 자체가 태평성대에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전설의 동물인데, 역동적인 날갯짓과 황금색이 그 신비로움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

 

요사체, 종무원 숙소로 사용되고있는 백련당의 모습.

 

 

백련당을 지나면 해우소가 보이고, 그 옆의 길을 따라가면 상원사 적멸보궁에 이르게 된다.

 

 

폭우로 인해 물이 가득 고이기도 했거니와 끊임없이 물이 흘러서 적멸보궁까지 오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에 다음을 기약했다.

 

다시금 상원사 경내로 돌아와서 문수전 내부에 들렀다.

 

문수전 앞에는 형태가 많이 훼손된 고양이 석상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역시 세조와 관련된 설화가 얽혀였다.

 

앞서 문수보살의 가피를 받은 세조가 이듬해 다시금 상원사를 찾았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려던 세조의 앞에 웬 고양이가 나타나 옷자락을 물고 늘어졌는데 이를 이상히 여긴 세조는 병사들을 시켜 법당 안을 살펴보라는 명을 내렸고, 이에 불단 아래에 숨어있던 자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보은을 입은 세조는 고양이를 위하여 한 쌍의 고양이 석상을 만들어 안치하라고 하였단다.

 

사실상 상원사와 세조의 관계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은 대부분 전설과도 같은 것이기에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설화가 지난 역사를 빛내주는 데에는 틀림이 없다.

 

다수의 방문객들이 계셔서 문수전 내부의 국보 제221호 문수동자상은 차마 사진에 담지 못하였다.

 

문수전 옆의 계단 위로 오르면 영산전과 영산전 석탑을 마주할 수 있다.

 

과거 화재로 인해 상원사의 대부분 전각들은 비교적 근래에 새로이 지은 것이지만, 영산전은 화마를 피한 전각이다.

 

현재 오대산의 전각들 중 그 시기가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내부에는 석가 삼존상과 십육 나한상을 봉안하였다.

 

 

영산전 석탑의 모습.

 

고려시대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한다는데 천년이 넘은 세월 탓인지 꽤나 많이 훼손됐다.

 

그럼에도 탑신의 표면에 새겨진 부처님의 형태는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

 

비 개인 강원도의 청명한 하늘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날.

 

푸르른 하늘과 봉황보당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상원사를 떠나왔다.

 

폭우의 여파로 오대산 비로봉은커녕 적멸보궁까지 오르지도 못하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문수전을 들렀다는 사실,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한 고즈넉한 사찰을 둘러보았다는 사실로 위로를 대신하였다.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을 눈에 담을 수 있었기에 상원사가 전해준 깊은 여운이 여전히 마음에 남는다.

 

 

아래는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함백산 정암사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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