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도록 내리던 비가 그쳤다.
그에 여름휴가 기간을 맞아 서울 근교 철원으로의 여행 겸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강원도 철원 동송읍에 위치한 사찰인 도피안사.
개인적으로 도피안사는 수년 전부터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사찰이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북단,
38선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기에
지리적 특수성이 주는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는 점과,
이곳엔 국보 제 63호 철조비로자나불상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한은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하기에 상당히 복잡하고 껄끄럽기에,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발걸음을 하게 됐다.

서울 북부에서 자가용으로 약 1시간 40분을 달려 도착한 철원의 끝자락.
도피안사의 일주문 앞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피안으로 들어가 본다.
참고로 주차장 앞에 화장실이 있는데,
현재 수리 중이라 그 옆에 조성된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간이 화장실은 푸세식이고 다소 벌레들이 많으니,
경내의 해우소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도피안사의 일주문.
한반도를 덮친 폭우가 지나간 사찰의 입구는
무척이나 선선한 공기가 가득했다.

불교에서는 '해탈'을 이르는 피안.
도피안사는 번뇌를 벗어난 경지를 뜻하는 '피안'으로 향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이곳의 시작은 통일신라 제48대 왕인 경문왕 5년(865년)에
도선 국사가 현 위치에 터를 잡은 것이라 한다.
이후 화재와 6.25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소실된 것을
1957년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게 됐다.
갖은 굴곡에도 국보 문화재인 철조비로자나불상과,
도피안사 3층 석탑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경내 안내도이다.

사천왕문.
그 너머에는 해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사천왕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면
작은 연못과 해탈문으로 향하는 길이 나있다.

크기도 크고 색이 너무도 유려한 연꽃을 감상하며
피안으로의 길에 오른다.

해탈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도피안사의 대적광전과 삼층 석탑의 자태가 보인다.

비교적 소담한 크기의 삼층 석탑과 대적광전의 모습이다.

보물 제223호인 도피안사의 삼층석탑은
높이 4.1m이다.
8각으로 된 기단부 하단의 연꽃무늬가 인상적이며,
기단부 위로 3층의 탑신을 올리고 가장 꼭대기에 상륜부를 얹은 형태이다.
삼층 탑신의 형태는 일반적이나
그것을 지탱하는 팔각의 기단부는 상당히 독특한 형태로써,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로 이어지는 과도기의
호족 문화라고 볼 수 있기에,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
조성 연대는 통일신라 경문왕 5년
도선국사가 이곳을 건창하였던 동시기에
세워진 것이라고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대적광전의 주불인
철조비로자나불상 역시 같은 연대라고 짐작된다.


대적광전의 주불인
국보 제63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다.
이른 시간에 방문한 덕에 경내에 신도분들이 없어
가까이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토록 뵙고 싶었던 불상이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 이곳을 찾은 탓에,
대적광전에 발을 디디고 철조 불상을 보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이곳 불상의 인상은 무척
근엄한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검은색의 철이 주는
다크한 색감 때문이라는
단순한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 모습을 보니
나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어둡고 거친 철이라는 소재임에도,
불상이 전해주는 인자한 표정과 온화한 미소가
너무도 포근했다.
돌이켜보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불교관에서 보았던
철조 불상의 인상도 무척 따뜻했음이 떠오른다.
국내 철불상의 인상이 유려한 이유는,
당시 새 시대를 향한 고려 호족들의 염원을,
부드러운 자태의 불상을 통해 나타냈음을 뜻하는 바이기 때문이란다.
참고로 통일신라 말기에서 부터 고려시대로
이어진 철조불상 양식은,
오늘날 국내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일제강점기 당시,
왜놈들이 철불상을 모조리 약탈해
무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철조 불상들을 제외하고는,
국보급 철불상을 보기 위해서는 도피안사를 찾아야만 한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문화 해설사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자태의
철불상을 보고자 한다면
도피안사를 방문할 것을 권하기도 했었다.



대적광전의 뒤편,
경내 가장 꼭대기에는 삼성각이 자리 잡고 있다.

천불전과 대적광전의 모습.

대적광전에서 바라본 경내의 풍경이다.
삼층석탑과 범종각이 한눈에 보인다.

해탈문과 사천왕문을 다시금 담아보며
경내를 빠져나왔다.
현재 도피안사는 내부 수리가 진행 중이기도 하여,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조용하고 아담하며 고즈넉한 느낌이
마치 공작산 수타사에서 받았던 기분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물론 수타사는 가람의 배치가 액자식으로 구성돼 있어
건축학적으로도 무척 매력적이고, 조금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기는 하다.)
사실 도피안사는 지리적으로도 상당히 외지고
경내가 그리 크지 않기에,
큰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이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도 얘기했듯이
갖은 풍파 속에서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삼층 석탑과, 국보 문화재인 철조비로자나불상의 온화한 미소를 보면
힘들게 찾아온 발걸음이 결코 헛되지는 않다고 본다.
추가적으로
도피안사에서 자가용으로 약 5분도 안 되는 거리에는
노동당사를 비롯하여 철원역사문화공원이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무척 추천하는 바이다.
노동당사와 철원역사문화공원에서 모노레일을
탑승했던 포스팅은 추후 올리겠다.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단의 상징과도 같은 흔적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 (0) | 2022.08.13 |
---|---|
8월 말까지 소이산 모노레일 탑승권이 무료! 철원 가볼만한 곳 철원역사문화공원 (0) | 2022.08.12 |
진신사리가 봉안된 수마노탑을 찾아서, 5대 적멸보궁 정선 정암사 (0) | 2022.08.01 |
지친 일상을 피해 상쾌한 힐링을 할 수 있는 곳 정선 함백산 만항재 (0) | 2022.07.31 |
태백의 전통시장, 황지자유시장 둘러보기 (0) | 2022.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