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의 이튿날이 밝았다.
첫날 쉴 새 없이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데다가, 간밤에 늦게 잤음에도 여행지에 왔다는 마음 때문인지 눈이 일찍 떠졌다.
(사실은 잠자리가 바뀌어서 깊게 잠들지 못했다...)
계획해 놓은 일정이 무척이나 빡빡했기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하루를 맞았다.
이튿날의 첫 일정은 불국사.
터미널 앞에서 불국사행 버스에 올랐다.
문득 눈 돌려 바라본 창 밖의 전원 풍경과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산들바람이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나의 가슴을 한층 더 보듬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참 좋았는데... 정작 불국사에서 마음이 좀 상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본격적으로 불국토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
사적 제502호인 불국사는 경주의 자랑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1995년 석굴암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1교구의 본사이다.
불국이란 부처님의 나라라는 의미로, 과거 신라인들이 그리던 이상적인 세게를 땅 위에 옮겨놓은 공간이 바로 불국사다.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 일명 석가탑에서 무수한 유물이 발견됐는데 개중 출토된 서석탑중수형지기에 따르면 불국사는 752년에 창건됐다고 한다.
그러나 불국사의 창건 연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우선 불국사고금창기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에서 불교를 공인했던 법흥왕대에 불국사를 짓기 시작하였고 이후 경덕왕 10년(751년)에 김대성이 크게 중수하면서 석가탑과 다보탑 등을 건설하였다고 전해진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연표에는 751년으로 서술돼있다.)
반면 삼국유사에는 앞선 기록은 없고,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모시기 위해 석굴암을, 현생의 부모를 모시기 위해 불국사를 창건했다는 일화가 기록돼있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설화를 주로 담은 삼국유사보다는 불국사고금창기의 기록을 더 신빙성 있게 보는 입장이다.
토함산 불국사.
애당초 길을 잘못 들어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지 않고 불이문 쪽으로 입장했다.
불국사 경내도.
불국사 당간지주의 모습이다.
2쌍이 나란히 위치해있는 당간지주는 상당히 드문데, 황룡사나 익산의 미륵사 같이 거대한 사찰에서는 이처럼 2쌍을 설치하였다.
좌측의 연화교 및 칠보교와 우측의 청운교와 백운교.
우선 전.부. 국보다.
불국사의 각종 건축물은 당시 최고의 기술과 감각이 빚어낸 걸작으로, 저마다 불교 교리가 녹아 있다.
경내는 석단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래는 속세이고 위는 부처님의 나라, 불국토 그 자체이다.
속세와 불세를 이어주는 청운교와 백운교를 오르면 자하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이어지며, 연화교와 칠보교를 오르면 안양문을 지나 극락전으로 이어진다.
위쪽의 16단이 청운교, 아래쪽 18단이 백운교이다. (국보 제23호)
밑 부분에 아치형 통로를 만들어 놓아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준다.
계단을 다리 형식으로 만든 특이한 구조가 특징인데(속세와 불세를 이어준다는 의미), 오르는 경사면을 45도 각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서 안정감을 주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다.
위쪽 8단이 칠보교, 아래쪽 10단은 연화교. (국보 제22호)
앞서 청운교, 백운교에 비하면 그 규묘가 조금은 작지만 구조와 형식은 유사하다.
연화교에는 극락이 연화와 칠보로 장식되어 있다는 불경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계단마다 연꽃을 새겼으며(세월의 흐름 탓인지 희미해져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이를 밟고 오르는 사람은 극락정토(불국토)에서 왕생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다리를 오르는 것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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